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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기보다 ‘표현하기’가 먼저다

📑 목차

    그리기보다 ‘표현하기’가 먼저다 / Creative Reading with Story라라 

     

    아이의 그림은 기술이 아니라 언어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느낀 대로 표현하게 하는 것이 진짜 교육이다.

    1. 아이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이야기’를 그린다

    아이에게 그림은 단순한 시각 활동이 아니다. 그건 세상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아이가 그림을 그릴 때, 그는 색과 선으로 세계를 말하고, 형태로 감정을 번역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그림을 ‘기술적 완성도’로만 평가하면 그 안에 담긴 생각의 결을 놓치게 된다. 아이의 선은 서툴지만, 의미는 정확하다. 그림은 단순히 “그리는 행위”가 아니 ‘표현의 과정’이며, 그 과정은 아이의 마음을 밖으로 끌어내는 통로다. 라라는 말한다.

     

    “아이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잘 그렸느냐가 아니라, 그림을 통해 아이는 감정, 경험, 기억, 그리고 자신을 이해한다.


    따라서 그리기의 목적은 ‘형태의 재현’이 아니라 ‘내면의 인식’이어야 한다.


    2. 표현은 기술보다 먼저 자란다

    아이의 그림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표현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부족할수록 감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아이의 첫 그림을 떠올려보자. 크레용으로 삐뚤게 그린 사람,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는 풍경. 그 속엔 단순함보다 순수한 세계 인식이 담겨 있다. 심리학자 로웬펠드는 아이의 그림 단계를 ‘낙서기 → 도식기 → 사실기’로 나눴다. 중요한 건 단계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도다. 아이의 표현이 자유롭다면, 그는 이미 예술가의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의 목적은 사실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느낌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아이의 마음속 ‘의미’를 끄집어내는 데 기술은 보조일 뿐이다.


    3. 표현의 순서는 언제나 ‘마음 → 손 → 눈’이다

    어른들은 흔히 “보고 그려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는 ‘보고’ 그리지 않는다. ‘느끼고’ 그린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고, 그 감정이 손을 움직인다. 그림이 완성된 뒤에야 아이는 비로소 눈으로 확인한다. 이 순서를 거꾸로 하면 그림은 정교해지지만 생명력을 잃는다. 마음이 빠진 그림은 아무리 색이 풍부해도 ‘감정의 공명’이 일어나지 않는다. 라라는 수업에서 이렇게 말한다.

    “눈보다 마음이 먼저 그리게 하세요. 그리고 그 마음을 손끝으로 옮기게 하세요.”

     

    이 과정이 바로 창의적 리딩의 본질이다. 책에서 본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기 전에 그 이야기를 자기감정과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4. 라라의 수업   “루이의 비 오는 날 그림”

    라라 반의 6살 루이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말이 없었다. 색을 고를 때도 오래 고민했고, 다른 친구들 모두 완성해도 혼자 남아 있었다. 어느 날의 주제는 “비 오는 날.” 아이들이 파란색으로 하늘을 칠할 때, 루이는 회색과 보라색을 섞고 있었다.

    라라가 물었다. “루이야, 왜 하늘이 보라색이야?” 루이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오늘은 하늘이 울어서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라라는 ‘표현의 깊이’가 기술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루이는 색으로 감정을 말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루이는 그림 한쪽에 작은 문장을 썼다.

     

    “하늘은 울어도, 나는 비 냄새가 좋아요.”

    “아이의 표현은 감정의 언어다. 정확하지 않아도 진실할 수 있다.” 라라는 그날 일지에 이렇게 적었다.


    5. ‘그림’이 아니라 ‘표현’을 가르치는 세 가지 원칙

    ① 주제보다 ‘느낌’을 먼저 묻는다

    “무엇을 그릴까?”보다 “오늘 어떤 기분이야?”라고 물어보자. 기분이 먼저 정해지면 그림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아이에게 “색으로 기분을 말해볼래?”라고 제안하면 언어보다 깊은 표현이 열린다.

    ② 완성보다 과정에 머물게 한다

    “이제 다 그렸니?”라는 말은 그림의 끝을 강요한다. 대신 “지금 어떤 부분을 그리고 있어?”라고 묻자. 과정에 머무는 대화는 아이의 몰입을 지속시킨다.

    ③ 감상 대신 대화

    “잘 그렸네!”는 평가다. “이 부분은 무슨 생각이야?”는 대화다. 부모의 질문이 감상에서 대화로 바뀌면 그림은 소통의 장이 된다.


    6. 표현은 언어보다 솔직하다

    아이들은 감정의 변화를 말보다 손으로 먼저 드러낸다. 화가 나면 선이 거칠어지고, 불안하면 색이 반복된다. 기쁠 땐 과감히 공간을 채운다. 이건 단순한 미술 표현이 아니라 정서적 자기 진단이다. 그래서 아이의 그림은 ‘심리 지도’라 불린다. 라라는 수업 중 부모들에게 그림을 해석하려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림은 해석하는 게 아니라, 들어주는 거예요.” 아이에게 “이건 뭐야?”라고 묻지 말고 “이 그림 속 이야기를 들려줄래?”라고 말하라고 조언한다. 그 순간 아이의 그림은 설명이 아닌 서사가 된다. 표현은 언어보다 깊은 이야기다.


    7. 창의적 표현을 키우는 환경의 원리

    ① 재료의 다양성보다 ‘선택의 자유’

    비싼 재료보다 자유로운 선택권이 중요하다. 아이가 물감을 고르고, 붓을 바꾸고, 종이를 정할 때 그는 이미 사고를 하고 있다. 표현의 시작은 선택의 주체성이다.

    ② 실수를 허락하는 공간

    종이를 찢거나 선이 번져도 괜찮다. 그 실패의 흔적에서 새로운 표현이 탄생한다. 라라는 아이들이 종이를 구기면 이렇게 말한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질감이야.”

    ③ 정리하지 않는 시간

    표현의 여운이 남을 수 있도록, 작품이 완성된 후 바로 치우지 않는다. 아이의 눈이 그 결과를 다시 보는 순간,
     자기 피드백’이 일어난다. 그게 성찰의 첫걸음이다.


    8. 라라의 또 다른 교실   “그림책 없는 그림 수업”

    하루는 라라가 책을 꺼내지 않았다. 아이들이 묻는다. “오늘은 어떤 책 읽어요?” 라라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너희가 책을 만들어볼 거야.” 아이는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각 장면에 대화를 적었다. “나무가 웃고 있어요.” “비가 말을 걸어요.” 그림이 모이자 한 권의 이야기가 완성됐다. 라라는 그때 깨달았다.

    “책을 읽지 않아도, 아이는 자기 안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그날 아이들은 “책을 만든 날”이라며 집에 돌아갔다. 그들은 단어를 배우지 않았지만, 언어의 구조를 경험했다.

     


    9. 표현의 깊이는 ‘감정의 안전’에서 자란다

    아이가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선 심리적 안전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틀려도 괜찮다.”는 신호가 있어야 마음이 움직인다.

    아이의 표현을 멈추게 하는 건 “그건 이상해.” “그건 진짜가 아니야.” 같은 말이다. 이 말은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창조의 회로를 끊는 명령이 된다. 라라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때, 그 감정은 문제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아요.”

     

    표현은 감정을 정화하는 장치다. 그림, 말, 몸짓, 글 어떤 형태든 감정이 밖으로 흘러나올 수 있다면 그 아이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


    10. Story라라의 메시지   “그림은 마음의 문법이다.”

    아이의 그림은 문장보다 먼저 쓰인 언어다. 그림 속 색과 선, 형태에는 문법이 있다. 그 문법은 정답이 아니라 마음의 질서다. 그림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를 이해하고, 세상과 대화하는 법을 배운다. 부모의 역할은 그 그림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말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아이의 손끝에서 피어난 작은 선 하나, 그건 생각의 기록이고 마음의 흔적이다. 오늘 아이가 그린 그림을 평가하지 말자. 그 안에는 ‘감정의 방향’이 숨어 있다. 그림은 언어보다 느리지만, 그 느림 속에 진짜 배움이 자란다.

     

    Creative Reading with Story라라